맨해튼 센트럴파크 인근 컬럼버스서클에 있는 미술디자인박물관.
그러나 그 곳은 MoMA 기념품점으로 변했다. 장사가 잘돼 확장을 한 셈이다. 장소와 이름이 한꺼번에 바뀌었기 때문에 미국인들은 물론 외국에서 여행 온 관광객들이 미술디자인박물관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 MoMA 기념품점 매니저도 열심히 물건 팔아 돈 버는 데 바빠(부러울 정도로) 미국공예박물관이 어디로 이사 갔는지 물으면 아는지 모르는지 묵묵부답이다. 뉴욕 박물관을 소개하는 인터넷 사이트와 책자에는 아직 과거 이름, 과거 장소가 소개돼 있는 예가 흔하다.
미술디자인박물관은 1942년 공예 수집가와 학자, 경제인들이 힘을 합쳐 미국 공예문화의 보존과 창달을 위해 설립했다. 이후 목공예와 금속공예, 섬유공예, 도자공예 등 각 분야의 뛰어난 작품들을 모으고 소장하고, 전시와 강연 등을 통해 미술 애호가들에게 공예의 가치와 미학을 전파했다. 그런데 박물관을 옮기면서 ‘공예(Craft)’라는 말이 사라진 것은 의미심장하다.
미국 문화에서 공예의 존재감이 점점 더 옅어지고 있음을 말해 주기 때문이다. 공예품이 실용성과 아름다움이 함께 존재하는 역사물이자 문화물임을 감안할 때 안타까운 일이다. 뉴욕에 수백개의 박물관이 있지만 ‘공예’라는 이름을 넣은 박물관을 셀 때 다섯 손가락이면 충분하다. 중세나 근대까지만 해도 도자기를 만들던 도요지는 당대 최고의 과학과 기술을 간직한, 현대로 말하면 반도체 공장이었고, 가구나 장식품을 만들던 소목장은 뛰어난 인테리어 또는 가구 디자이너였다.
권력자와 부유층을 위한 장식품과 제의기(祭儀器)를 만들던 금속공예가는 권력과 경제와 종교의 지원을 받는 최고의 창작인이었다. 집안 식구를 위해 화사한 문양의 누비 이불(quilt)과 장식보를 만들던 여염집 주부도 뛰어난 미감을 가진 예술가였다.
미술디자인박물관은 과거 문화의 중요한 영역을 차지하던 공예 각 분야의 작품을 시대별로, 유명 작가별 콜렉션으로 소장하고 이를 매년 수십회의 기획전을 통해 전문가와 미술 애호가들에게 소개한다.
소장품 중에는 한복 디자이너 이영희씨의 두루마기와 저고리 등도 포함돼 있다. 미술디자인 박물관은 이와 함께 미술 애호가들을 위한 강좌와 어린이들을 위한 공예 실습 프로그램, 공예 관련 서적 출판, 전문가와 작가 초청 세미나 등을 하고 있다.
'잠식보'. 마이클 체밍. 1991년작 |
박종원 기자[뉴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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