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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서 고전하는 유학생

미국 동부의 대표적인 코리안타운인 뉴욕 플러싱. 유난스러운 한인들의 교육열 덕에 이 지역엔 300여 개의 학원이 성업 중이다. 그중에서 가장 많이 몰려 있다는 벨 블러바드(Bell Boulevard) 거리에는 3~4㎞ 구간 안에 60여 개의 한인 상대 학원이 집중돼 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을 무색게 하는 코리안타운 내 학원 밀집지역인 것이다.

▲미국 뉴욕 맨해튼 동쪽의 한인 타운 플러싱 지역에 한국에서 유학 온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학원들이 성업 중이다. [뉴욕 =남정호 특파원]


요즘 이곳에 떠오른 신종 사업이 있다. 대학생 수업을 보충해 주는 개인교습이다. 이 지역에서 최대 학원으로 꼽히는 켄트 아카데미 등 최소 3~4개 학원이 대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최근엔 대학생들과 강사들을 전문적으로 연결만 시켜주는 서비스도 등장했다.

원조격인 O학원은 3년 전부터 대학생 대상 수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이 학원 김모 원장은 “우리 학원에 고교생 자녀를 보냈던 교민 학부모들 중 일부가 자녀의 대학 성적이 떨어지자 도와달라고 부탁해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처음엔 3~4명으로 출발했지만 소문이 나면서 도움을 요청하는 대학생들이 급속도로 늘어났고, 한국에서 고교를 마치고 미 대학으로 유학 온 학생들까지 찾아오기 시작했다고 한다. 교사들은 주로 현지 대학 강사들이다. 학원 측은 강사와 학생을 연결해 주고 교실을 제공한다. 처음엔 영어 실력 보충이 위주였지만 갈수록 많은 학생이 다른 과목 교사들까지 원했다. 김 원장은 “이젠 여러 과목을 가르치지만, 그래도 방학 때 부족한 영어실력을 닦으러 오는 학생들이 가장 많다”며 “지난 3년 동안 100여 명의 대학생이 다녀갔다”고 밝혔다.

한국 고교 출신 미 대학생들이 겪는 가장 큰 고통은 에세이식 과제물 작성이라고 한다. K학원 손모 원장은 “주입식 교육에 길들여진 탓인지, 대부분 한국 유학생들은 자기 논리를 세워 주장하는 데 익숙지 않다. 그래서 영어 실력이 부족한 것 못지않게 독창적인 생각을 요구하는 미국식 에세이를 작성하는 데 큰 고통을 느끼곤 한다”고 밝혔다. 주어진 문제만 풀 줄 알지, 어떤 사안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표출하는 데 매우 서툴다는 얘기다. 그는 또 “이런 현상은 유교적인 가정 분위기 속에서 자란 미국 내 한인 1.5세와 2세에게서도 자주 일어난다”고 지적했다.

한국 출신 유학생들의 고교 시절 독서량 부족도 학업에 어려움을 주고 있다. 고교 시절 줄곧 입시 문제집만 풀었기 때문에 에세이에 담을 만한 기본 상식조차 크게 부족하다는 것이다. 미 대학의 엄격한 학사 과정도 큰 부담이다. 수업 때마다 과목당 50쪽 이상씩 원서를 읽고 소화해 가야 진도를 따라가는 미국식 수업은 교과서·참고서를 달달 외웠던 국내파들에겐 버거울 수밖에 없다. 김 원장은 심지어 “한국 고교를 나와 미국 대학에 곧바로 진학하는 학생들이 가장 불쌍하다”고 주장했다.

완전히 다른 수업 방식도 유학생들을 버겁게 한다. 서울의 외고 출신인 W대 2학년 장모(여)씨는 “한국에서는 알면 가만 있고 모르면 손을 들고 질문하는데 미국 대학에서는 잘 알아들어도 무언가 의문을 던지면서 이야기해야 하는 게 무척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같은 학교 2학년 임모씨는 “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성적이 떨어지면 도피하듯 군대를 가는 남학생들이 꽤 있다”고 설명했다.

한인 유학생들은 ‘표절’이란 함정에 빠져 치명상을 입기도 한다. 미국에서 10년째 한국 학생들을 상담해 온 김미경(교육학) 박사는 “한국에선 여기저기 나오는 글을 짜깁기해 과제물을 작성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 자체가 표절인데, 한국에서 유학 온 학생들은 뭐가 잘못됐는지도 모른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는 분명한 인용 없이 다른 글의 문장을 대충 베끼더라도 명백하게 표절로 인정된다. 웬만한 대학에선 표절 문장을 잡아내는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다. 몇 년 전에는 동부의 명문대를 다니던 한인 학생 4명이 서로의 리포트를 베껴 썼다가 적발돼 모두 퇴학당한 일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남정호 특파원 [중앙일보]
http://article.joins.com/article/article.asp?ctg=20&Total_ID=3396502


Posted by megan